본문 바로가기
TV, 이슈, 정보

pd수첩 척추에 박힌 20개의 철심들

by 돼랑스 2017. 3. 1.

PD수첩 1119회

어떻게 척추에 저 많은 철심이...

PD수첩 1119회에서 지난 달, 제작진에게 한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가 척추수술 도중 사망했다고 이야기하는 제보자의 충격적인 내용은 사망한 어머니의 몸에서 9cm가량의 철심 20개가 화장 후에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척추 병원에서 2014년 1차 수술 당시 심은 6개의 철심을 제거하고 2016년 다시 20개의 철심을 심는 대수술을 진행하면서, 환자나 가족들에게 20개 철심 수술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전공의로부터 설명받은 수술동의서엔 단지 척추 5마디 관련 수술만이 기록을 남아있다.

PD수첩에서 의뢰한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20개 철심을 심는 척추 수술은 78세 고령의 어머니가 받기엔 수술 시간이 길어 상당히 부담되는 수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집도의는 이 사실을 사전에 수술 당사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들은 철심 20개를 박는 대수술인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수술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는 사망 원인이 20개의 철심 수술 자체가 아니라 수술 부작용 중 하나인 패혈전증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010년 일본에 비해 무려 7배나 많았던 척추 수술은 현재도 4명 중 1명이 진료를 받을 만큼 척추질환 환자와 척추전문병원이 날로 증가하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척추전문병원이란, 보건복지부에서 특정 진료과목에 대해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지정한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척추전문병원에서 시술·수술을 받은 이후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보인다. 척추전문병원에서 수술받은 후 하체 마비와 배뇨 작용 이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최양현(55)씨는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여 평생 척수자극기를 장착해 살아가야 한다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또 디스크 때문에 전문병원을 찾아간 김민철(가명)씨는 간단한 치료라는 말을 믿고 별다른 검사 없이 MRI촬영 후 400만원이 넘는 고액의 고주파열치료라는 시술을 받았지만, 시술 이후 진통도 빈번해지고 앉아있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게 되었다. 


척추전문병원의 진료 방식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PD수첩의 의료 현장 점검 결과 대다수 전문병원에선 진료 전 고가의 MRI 촬영을 우선적으로 권하고 있었다. 환자들은 정확한 진료를 위해 MRI가 필요하다는 의사들의 설명을 믿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살펴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MRI 촬영을 받게 된다.

현장 의료진이 하루 수십 명의 환자를 봐야하는 한국 의료시스템을 맞추기 위해선 한명의 환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현실적으로 환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구체적인 사전 설명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최근 환자에게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의료법 제 24조 2항이 개정되었지만,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현실적인 시간의 제한, 집도의와 전공의의 분리 등 치료 현장에서 어려움으로 인해 환자에 대한 인도적인 치료를 강조하는 입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독일의 경우, 30년 이상 환자의 권리를 논의해왔으며 환자와 의료진이 동반자적 관계를 맺고 있다. 또 민법 제630조를 통해 설명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현실적으로 환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어떤 것이 최선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댓글